인간은 근원적으로 자율성향의 주체이며 자신의 손으로 구축한 자신의 모든 것들,
인간문화의 억압과 탈취에 끊임없이 저항하는 모순과 분열의 존재이다. ‘네 개의 담론’은
이와 같은 휴머니티 특유의 성질이 투영된 정신분석학적 접근/설득론의 요체이다.
인간은 어떻게 행동하는 존재이며 왜 그렇게 행동하는가? 사회과학의 궁극적 물음이다.
이 책의 물음 역시 동일 물음의 연장선상에 있다. 라캉이 제시한 네 개의 담론도식을 통해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정신세계와 행태적 특성, 그리고 그들의 소통행위에 투영된
오늘의 시대정신 전반에 관한 정신분석학적 이해의 폭을 확장해보기로 한다.
소통의 주이상스/쾌락은 언어 밖에 위치하는 것, 상징계를 초월하는 불가능성의 욕망이다.
반복적 소통의 시도가 결코 인간의 욕망과 결핍의 치유를 위한 해결책은 못 된다. 안타깝지만,
소통이 사회적 갈등과 이념적 대립을 해소시키고 상징계의 억압과 구속으로부터 인간을
해방시킬 것이라는 기대와 믿음은 과(過)한 것이다. 결코 헤어날 수 없는 욕망의 잔여물들이
인간을 영원히 마르지 않는 결핍의 늪 안에 가두어두기 때문이다.
소통의 불가능성을 이해한다면 현대인들에게 남는 선택의 여지는 무엇인가?
오늘의 시대정신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혹은 어떻게 규정해야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