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지리부도만큼 설레게 한 책이 없었다. 지금도 가까이 놓고 읽는다. 아름다운 지명의 도시들, 전쟁 중인 곳들…. 미루어 짐작하는 그 나라의 형편들, 색으로 표시된 산맥과 들판, 섬들, 평면을 나누는 가로금과 세로금이 만나는 곳. 여행은 이런 장소들을 찾아가는 것이다, 돌아보면 유독 이사를 많이 다녔다. 비자발적인 여행 같은. 그래서인지 각기 다른 낯선 장소들을 반추하는 버릇에 한참을 멈추어 서 있곤 했다. 의식이라는 이름으로, 그 위에 시간이 느린 강물처럼 흘렀다. 몇몇 시들은 잃어버리고 나머지 몇을 묶어 본다.
- ‘시인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