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고 태어난 세상은 우주의 님이 빚은 화원.
말문을 뗀 아이는 꽃잎을 깨물고 설익은 열매를 딴다.
그의 이름은 ‘강이 흐르는 큰 땅에 곱고 흠 없이 빛나라’였다.
어느 산간 마을에서 태어나 세상을 알아 가는 한 어린아이의 유년 기행. 어떻게 자랐
고 무엇을 배웠으며 어떤 기쁨과 슬픔과 사랑으로 마음을 키웠는가. 지난날 우리의
공통적 경험과 손에 잡힐 듯한 추억을 일깨우는, 마음이 맑아지는 소설이다. 흙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고유한 얼과 풍습의 면면을 되살핀 작은 역사서이기도 하다. 소설
의 저변을 이루는 향토의 언어와 서정의 정취가 깊은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아낙 놉들이 타령을 하며 앉은걸음을 뗄 때마다 골걷이 잡풀은 솎아져 나가고 하얀 참깨꽃이
달콤한 꿀 향기와 함께 엉클 성글 드러났다. 나비와 벌들이 날아와 꽃잎 위에 앉았다 가곤
했다. 오동나무 아래 잠들고 있던 아기가 깨어나면 어미는 쪼르르 달려가 젖을 물리고
아낙네들은 그참에 흥건히 젖은 베적삼 부채질로 잠시 숨을 돌렸다. 왕매미들이 목청을
찢어대는 한여름 들판은 불볕으로 후끈거리고 바람마저 없었다.
? 본문 〈밭매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