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회 한국소설문학상 수상작이다.
한국소설에 발표한 중편 ‘아, 시루섬’을 장편으로 개작하여 올린다. 장편이라곤 하지만 에피소드 몇 개만 더 추가했을 뿐, 중편의 졸가리는 그대로 유지했다. 허구적인 요소를 좀 더 끼워 넣었는데 문학성의 확장이라기보다, 사건과 사건 사이의 연결고리로 활용했다는 점을 밝힌다.
시루섬 수몰 이야기다. 정확히 말하자면 1972년 8월 19일. 주민들에게는 ‘임자년 물난리’로 기억되는, 증도리(甑島里)란 한 마을이 전부 떠내려간 절체절명의 위기에 맞서, 봉사와 희생정신으로 이를 이겨낸, 평범한 이웃들의 가슴 뭉클한 재난사를 다룬 소설이다.
신에게서 물려받은 축복 중 하나가 망각이라고 한다. 새들은 허공에 발자취를 남기지 않고 물고기는 수면에 제 얼굴을 비추지 않는다. 인간만이 행로를 복기하고 동여맨 상처를 풀어 본다. 그러다 시나브로 잊고 만다.
그렇다고는 해도, 망각이 축복이고 아픈 상처는 덮어두어야 한다고는 해도, 잊어서는 안 될, 아니 도저히 잊을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망각의 수레바퀴가 굴러가는 사이, 고사목에 푸른 이끼가 피어나듯, 바큇살 어느 틈엔가 그 행적이 묻어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시루섬의 역사’를 되풀이하고 있으며. 악어의 이빨에서 뛰노는 악어새 아닌 악어새들이 곳곳에 널려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지나간 이야기라고, 꺼내보기도 싫은 눈물 보따리라고, 뒷전으로 미뤄놓을 만큼 녹록한 현실이 아니다. 희미하게 사라져가는 50년 전의 전설 같은 역사를, 새삼 물속에서 건져 올려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