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많고 소심한 아이들의 사생활
글똥누기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동화에서 세상을 향해 제 목소리를 내는 반항아나 어른을 찜 쪄 먹는 말썽쟁이들은 언제나 인기가 많다. 피노키오나 피터팬, 마틸다 같은 인물들은 얼마나 매력적인가. 하지만 대다수 현실의 아이들에게는 말썽도 반항도 쉽지 않다. 어른들 위주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어른들의 보호와 간섭을 받으며 살아가는 신세라 그렇기도 하고, 모든 아이들이 말썽을 피우고 싶어 하는 것도 아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이들은 생각보다 소심하고, 생각보다 걱정이 많으며, 생각보다 반듯하다. 꼬박꼬박 학교에 가고 숙제를 하고 밥 먹고 이 닦는 현대의 어린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김미형의 『황금 글똥의 비밀』은 얌전하고 내성적인 어린이가 일상에서 겪을 법한 자그마한 소동을 이야기한다. 윤솔이는 한글 모르는 재범이를 위해 알림장도 대신 써주고 동화책도 읽어주는 착한 어린이다. 깍쟁이 라미를 얄미워하고, 재범이를 구박했다가 걔네 할머니한테 혼날까 봐 걱정할 때도 있지만 대체로 고분고분하고 순한 초등학생이라는 것만은 틀림없다. 문제는 ‘글똥누기’라는 글짓기 시간이다. 선생님이 이렇게 저렇게 쓰라고 알려주면 좋으련만 ‘맘대로’ 쓰라니 너무너무 어렵다. 뭘 써야 할지 모르는데 날마다 글똥누기를 해야 한다는 건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윤솔이에게는 도무지 기똥찬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이다. 그리하여 윤솔이는 한글도 모르는 재범이가 툭툭 내뱉은 기발한 표현을 그대로 받아쓰고, 놀랍게도 선생님에게 칭찬을 받는다. 게다가 어린이 잡지에도 실어 준다니 이렇게 기쁠 수가.
음식을 잘 소화시킨 똥이 황금 똥이라면 생각을 잘 표현한 글똥은 황금 글똥이라는 선생님 말씀. 하지만 재범이가 말하고 윤솔이가 받아쓴 황금 글똥은 누구의 글똥일까? 선생님이 윤솔이 글똥의 진짜 주인은 재범이라고 하자 윤솔이는 믿을 수가 없다. “왜요? 진짜로 내가 썼는데요?” 화가 난 윤솔이는 그동안 재범이한테 책을 읽어 준 게 아깝고, 알림장을 대신 써주는 노란 펜도 꼴도 보기 싫다. 심통이 나 있는 바로 그때, 라미가 다가와 말한다. “재범이 골탕 좀 먹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