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보리밥도 많이만 주면 좋았던 시절 저녁이면 온 가족이 모여 큰 방에 둘러앉아 밥을 먹곤 했다.
아무리 식구가 많아도 먹는 자리는 암암리에 정해졌다.
난 할머니 비빔밥이 좋아 늘 할머니 곁으로 파고들었다.
열무 철에는 열무비빔밥, 다른 계절엔 배추김치랑 된장국물, 고추장 넣고 또 비벼먹으며 한두 번 떠먹는 맛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아침이면 초등학교 같이 다닌 누나와 남동생, 나 셋이서 봄부터 초가을 까진 모락모락 김나는 보리밥 큰 양푼에 열무김치랑 국물, 거기에 고추장 넣어
수저 두개 겹쳐 비벼먹고 학교 갔던 추억은 지금도 형제 계모임에 단골메뉴로 등장하곤 한다.
이런 경험이 배어있어 서울시 지하철 안전문에 부착할 시 공모에 당선된 것도 우연은 아닐 것이다.
여러 사람들이 좋아하여 많이 읽히는 시를 꾸준히 쓰고 싶다.
― 〈머리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