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한 번째 저자의 말을 쓴다.
후배들이나 자손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것 하나 있다.
장족 걸음 걷다보니 시련도 풍우도 어떤 장애물도 다 격려하고 칭찬 아끼지 않는 친구라는 것을 알았다.
눈의 가시로만 여겼던 아픔들이 결국은 내가 일어서서 활보할 수 있는 힘과 면역성을 길러주고 가는 길을 탄탄히 다져주는 우인이라는 것을 뒤늦게야 알았다.
이 아픔들이 없었다면, 가시 돋은 벗들이 동행하지 않았다면 내 어찌 사평선상의 사구에 서서 의젓이 지나온 발자취를 바라보며 웃음 짓는 자랑이 아닐 수 없다.
걸어보자, 걷다보니 정상은 보이지 않아도 걸어온 발자국이 저만치 반들반들 내가 낸 길임을 보여주는 것은 혈한이 피로가 꿀 탄 감주가 되었다.
황무지를 개간한 끝없는 모래밭 언덕에 백년초 여기저기 심어 훗날 아주 먼먼 뒷날 꽃길이 되고 오솔길이 되길 기대하면서 발자국 움직일 수 있는 날까지 백년초 심고 또 심을 것이다.
― 저자의말 (책머리글) 〈사구(砂丘)에 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