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길 아닌 길을 걷다 뒤늦게 깨닫고 제자리로 돌아오곤 했지만 무시로 나는 또 길을 나설 것이며 돌아오면서 끄적거린 상념들은 詩가 될 것이다.
데뷔 때부터 넓게 잡고 파지 않았기에 깊게 파고들지 못한 詩作은 더없는 부끄럼으로 두고두고 내 마음을 그러잡고 호되게 구박할 것이다.
오랜 기간 동안「詩」라는 이름으로 인터넷을 떠돌던 詩詩껄렁한 雜記를 다듬고 손봐 한 자리에 모아서 묶었지만 이 詩集을 읽는 이들은 전반적으로 詩骨은 부실하고 군데군데 본인의 허술한 인생역정이 더께처럼 묻어있음을 피할 수 없으리라.
하지만 지친 몸을 일으켜 세우고 고개를 들어 물아일여(物我一如)의 서정을 좇아 다시 길을 나선다.
― 책머리글 〈시인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