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나뭇가지에 달린 열매의 모양과 향기와 맛은 다양하다. 어느 가지엔 실하고 향기로운 것도 있지만 어느 가지엔 쭉정이도 있다.
어느 시인이던 튼실하고 때깔 좋고 맛좋은 시의 열매를 맺고 싶어 하리라.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열매를 맺는 것이다. 맺은 열매를 세상에 내놓는 즐거움을 맛볼 줄도 아는 것이다.
떨이를 해도 안 사가고 남은 시장의 과일 바구니를 보며 정답게 웃을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를 쓰며 틈틈이 맺은 내 시의 열매들이다. 부끄럽지만 세상에 슬그머니 시집 한 권을 또 내민다.
― 〈시인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