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쓰는 마음엔 혹시나 죽은 자식(잘못된)을 낳지나 않았나 하고 고심초사 마중물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기를 바라며 얼굴에 찍어 바르는 화장품처럼 그 효과를 기대하면서 그래도 피를 토하는 마음으로 긴 밤을 꼬박 새우면서도 눈꺼풀 부딪치지 않고 생각을 다듬어 보았답니다.
누군가 읽고 고개 끄덕여 주는 사람이 있으리라 믿고 말입니다.
저의 글을 읽고 난 독자들이 여명처럼 기억해 줄 것을 믿고 싶은 욕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메아리 없는 목소리를 어느 누군가는 듣고 이해해 줄 날을 믿고 의심해 보지 않고, 가슴속에 간직한 목소리를 짜내려 합니다.
내 목소리를 알고 듣고 싶어 그들이 나를 찾는 그 날까지.
물이 거슬러 흐를 수 없음같이 숫자를 거꾸로 셀 수 없어 부끄럼 무릅쓰고 순서 지켜 펼쳐봅니다.
― 전홍구, 책머리글 〈시인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