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하는 말로 인생은 여행과 같다. 나는 그 인생이라는 여행길에서 여러 사람을 만났다.
옛날이라면 상감마마로 불리던 대통령에서부터, 대학총장, 재벌총수, 여류시인, 절세미인, 고승대덕. 자유당 때 깡패, 청와대 사칭 사기꾼까지 만났다.
그들 술을 뺏아마신 적도 있고, 그들을 이용한 적도 있고, 그들의 인품을 배운 적도 있고, 그들의 시를 사랑했거나, 종교를 존경한 적 있고, 아예 한 사람 밑에서 20년 간 그를 모신적도 있다.
기자와 비서라는 특이한 직업 탓일 것이다.
그러나 결론은 인간은 다 같다는 생각이다. 인간은 인간이기 때문에 존엄한 것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죽으면 모두 망우리에 묻히는 신세고, 불속에 들어가면 한줌 재가 되는 나무토막이다.
벼슬이나 명예는 잠시 입었다가 죽으면 벗어버리는 옷과 같다. 모두 찰라의 일이었고 꿈 속의 일이다.
인생이 화려한 여행이었거나, 뜻깊은 여행이었거나, 살면서 높은 곳에 오른 자나, 낮은 곳에 있던 자나, 억울하고 섭섭한 일 많던 자나, 의기양양 뽑냈던 자나, 모두 유행가 가사 한구절이었을 뿐이다.
없었던 일도 아니고 해서 그 사람들 만난 일을 수필로 엮어보았다.
― 김창현, 〈머리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