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몇 장 남지 않은 달력을 보며 마음이 숙연해진다.
몇 년 동안 힘겨운 일들이 많았지만 글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지탱해 주었다. 늦게 등단해서 열심히 글을 쓰며 살아온 지난날들이 눈물겹도록 감사하다.
돌이킨 걸음 되돌려 그 시간 그 자리로 돌아간다면 나는 처음 펜을 잡았던 그 작은 책상머리 앞에 앉고 싶다.
책상 앞에서 여린 어깨로 내 인생의 첫 문장을 새롭게 써보고 싶다. 흐르는 강물처럼 반짝이는 바람에 부드럽게 흔들리는 푸른 잎처럼 싱그럽고 생명감 있는 문장을.
이즈음에 이르고 보니 내 문장에는 슬픔이 많았구나 싶다. 다 깎여버려 작아진 몽당연필을 볼펜에 끼워 다시 쓰던 그 연필의 시간이 지금이 아닐까. 닮아버린 영혼으로 써나가는 이야기이지만 그래서 더욱 단단해지고 아름다워진 이야기로 봐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내 이야기 곁에는 강물처럼 반짝이는 사랑하는 가족들과 지인들이 너무나 많다. 힘겨운 걸음에 기꺼이 함께해준 그들이 내 곁에 있어 너무나 고맙다. 그들에게 이 여분의 이야기로 가을 안부를 전하고 싶다. 내가 그대들을 많이 사랑한다고….
― 가람 박문자, 책머리글 〈책머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