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면 보는 대로 느끼면 느끼는 대로 늘 내게는 아무도 보지 못하는 길이 하나 있다. 내가 온 세상을 다 옮길 수는 없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내 평생 종이 위에 옮겨놓을 우리네 삶의 조작이 있으니 작은 것을 지키며 크게 그릴 것이다. 아픔도 슬픔도 아닌 순수하고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좋은 마음의 글을 쓸 것이다.
어지러운 세상 그 가운데 단 하나의 사람답게 살아가는 단 한 사람을 찾아가서 마음 주고 사랑도 주면서 그저 그렇게 사람이라는 이유로 사랑하는 단 한 편의 아쉬움만 남아 가는 세월에 뚜렷하게 더 생각나고 매우 그리우며 그동안 다 하지 못한 사랑의 표현을 아쉬워하며 새로운 날 알을 힘차게 깨고 나오는 나 죽은 후 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정말 좋은 글만 쓰기를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시인이 되기 전에 먼저 사람이 되는 향기를 내 마음 가득 채워 누구든지 나만 보면 그저 웃음 하나씩 만들어져 나오는 그 알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싶다.
왜 좋은 글 아래 좋은 독자 한 사람 만나는 것이 내 진정한 꿈이기 때문이다. 아니 아무리 나쁘고 험하고도 아주 못 된 사람일지라도 그 사람의 마음을 선하게 돌이켜 한 사람을 인생에서 구원할 수 있다면 아니 꼭 그렇게 하고 말겠다는 매우 절박하고도 절실한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전쟁이라 하겠다. 나는 펜을 통하여 전쟁할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놓고 선·악 간에 전쟁할 일이다.
― 정선규, 책머리글 〈시인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