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살지 못했다. 시에게 미안하다. 내 인생에도 빚진 듯 미안하다.
― 〈서문〉
반지하 셋방 열린 창 앞에 / 페인트가 벗겨진 녹슨 건조대 / 아픈 다리를 숨기고 섰다 // 잘록잘록 빈 유모차를 끄는 노파 / 굽은 허리를 당겨 팬을 달군다 // 방범창살 사이 얼비친 햇살이 / 굵은 주름을 더하는 17시, / 가던 길을 멈춘 조각햇살이 / 고무줄 느슨한 노파의 팬티를 / 집중자격 중이다 // 일용할 양식보다 높은 자리를 차지한 / 폐휴지 // 들고양이 한 마리 / 낡은 창살을 긁는다 / 휙, 고등어 대가리가 튀어나온다 // 절망의 겨드랑이 환하다
― 본문 시 〈행복 엿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