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한탄한다. "도대체 요새 애들은 꿈도 없고 생각도 없고, 이 소중한 시기를 왜 저렇게 보낼까?" 주말에 외식하고 영화 구경이나 가는 것으로 아빠의 소임을 다했다고 믿는 주제에! 비단 이 책의 저자 고형욱, 고창빈 부자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아빠라면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라. 대한민국의 모든 아빠와 아들이 대충 비슷하지 않은가! 문제는 아무도 아들의 성장에 대해, 부자의 관계 개선에 대해 대책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도대체 아빠는 아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마침내 아빠 고형욱이 찾은 답은 유럽 여행이었다. 그것도 아빠와 아들 단둘이서만 떠나는 42일간의 긴 여행. 여행을 가기 위해 아빠는 하던 일을 잠시 중단하기로 작심을 했고, 아들은 무단결석 3주를 감수하기로 했다. 하지만 꽉 짜인 일상을 벗어나 낯선 곳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자 아빠와 아들에게는 무언가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한두 마디로 끝났던 대화는 5분이 넘게 이어지곤 했고, 서로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몰랐던 아빠와 아들은 표정만으로도 서로의 생각과 기분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여행지의 1,000시간은 다른 아빠와 아들이 경험하는 몇 년의 세월을 압축하는 것이었다.
고씨 부자의 유럽 여행기는 아빠와 아들이 서로의 마음을 털어놓고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는 과정을 42일간의 감정 변화로 보여준다. 대책 없는 사춘기 아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하나의 실례라고도 할 수 있다. 말없던 부자가 어떻게 수다스럽게 변하는지, 무뚝뚝했던 아들이 어떻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게 되는지, 아들을 호통치고 훈계하던 아빠가 어떻게 아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는지 하는 것들이 일기 속에 하나하나 담겨 있다. 아빠와 아들이 주고받은 42일간의 교환일기라고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