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사가(醫學史家)가 밝히는 DNA 구조 규명 경쟁의 진짜 역사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이 1953년 발견한 DNA의 이중나선 구조는 현대 유전학과 분자생물학이 이룩한 모든 발전의 실질적인 토대이다. 하지만 전 세계 과학자들의 첨예한 경쟁 속에 당시 한낱 박사과정 중이었던 왓슨과 후발 연구자였던 크릭이 어떻게 먼저 이 구조를 밝혀냈을까? 사실 DNA 구조 발견은 왓슨, 크릭, 로잘린드 프랭클린, 모리스 윌킨스, 라이너스 폴링이라는 뛰어난 지성을 가진 다섯 사람이 과학의 발전을 추구하며 이루어낸 결과다. 이들은 대단히 흥미롭고 탁월한 능력에 더불어 각자 개성이 강했기에 때로는 충돌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적 단서를 제공했던 여성 과학자 프랭클린만이 모두가 받은 불멸의 명성에서 제외되었다.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하워드 마르켈은 이 치열했던 지적 여정과 권모술수가 넘쳐났던 사적 관계까지 솜씨 좋게 재창조했다. 그러나 마르켈이 주로 초점을 맞춘 대상은 극도로 단호하고 끈질긴 성격의 소유자이며, 1950년대 케임브리지와 킹스칼리지의 외부자이자 젊은 남자 과학자들 틈 속에서 유일한 유대인 여성이었던 로잘린드 프랭클린이다. 이 책은 천부적 재능과 인내에 관한 이야기인 동시에 정실 인사, 여성혐오, 반유대주의, 위법 행위를 담은 사건 기록이기도 하다. 제임스 왓슨과의 인터뷰나 프랭클린의 동생 제니퍼 글린과의 인터뷰를 포함해 방대한 기록 연구를 바탕으로 과학적 연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명성이 어떻게 망가지는지, 또 역사가 어떻게 쓰이고 수정되는지에 관한 아주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1950년대의 케임브리지를 생생하게 소환하는 이 책은 왓슨과 크릭의 경쟁심, 특이한 성격, 젊은이 특유의 미성숙한 모습 등도 흥미진진하게 묘사한다. 이뿐만 아니라 윌킨스와 폴링에 대한 집요하고 세세한 설명과 무엇보다 로잘린드 프랭클린에 대한 가장 사실적이고 설득력 있는 묘사를 담고 있다. 이 책은 이 극적인 사건의 중심에서 프랭클린이 당연히 가져갔어야 할 몫을 마침내 바로잡는 보고서이자 DNA 규명이라는 획기적인 발견을 다룬 선명하고도 광범위한 서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