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스님들이 새벽마다 예불(禮佛)을 올릴 때였다.
목탁(木鐸) 소리와 어우러져 자욱한 안개 속으로 퍼져 나가는 스님들의 그 낭랑한 반야심경 독송(讀誦) 소리는 나에게 무한한 신비감(神秘感)을 불러 일으켰다. 야릇한 무슨 주문(呪文)처럼 들리기도 했고, 주술사(呪術師)들이 초월적(超越的)인 어떤 존재와 은밀히 내통(內通)하며 저희들끼리만 통하는 무슨 은어(隱語) 같기도 했다.
그때는 그 주문(呪文)에 별다른 관심(關心)을 기울이지 못했다. 그 뿐만 아니라 한 열흘간 그 법당 안에서 부처를 향해 무려 삼천 번의 절을 올리면서도, 내 마음은 부처를 향해 있지 못했고, 수천 번이나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을 염송(念誦) 하면서도 내 마음에는 아무런 기원(祈願)도 실려 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