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
출항을 알리는 뱃고동 소리에
꽁꽁 비닐 싸맨 창틈 사이로
눈치 없는 졸음이 줄달음칠 때까지
하릴없이 움켜쥔 굴 칼은
굴 껍데기 위에서 길을 더듬고
짜디짠 갯물에
그보다 더 짠 핏물을 더하고 보태며
엄마는 홀로
긴긴 겨울밤을 그렇게
걸음 더딘 새벽에 내어 주곤 하셨습니다
그는 어릴 적부터 시를 지었고, 시 쓰는 낙으로 살았다. 그에게 시는 세상과 소통하는 거의 유일한 방편이었다. 있는 듯 없는 듯 미묘한 그의 삶의 궤적을 더듬어서는 추측이 요령부득하나, 그의 시 속으로 들어가 보면 그의 세상이 한눈에 들어온다. 가령 그는 세상을 이념이나 의지나 철학의 대상으로 보지 않았다. 이 생각은 나름 오래전에 굳어진 신념 같은 것이어서 학창 시절부터 ‘썩어서 가자, 철학 없는 사랑으로!’를 진지하게 되뇌곤 하였다. 그에게 세상은 대결의 상대가 아닐뿐더러 그저 살아가는, 그의 속내대로 표현하자면, 여러 모양 삶의 군상들이 저마다의 아픔으로 ‘살아 내는’ 고단한 현장이었다. - 〈추천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