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나 짐승 소리를 잘 알아듣는 것을 ‘지음知音’이라 하였듯, 박순화는 그 지음으로 하여 세상살이를 짚어 내며 분粉 바를 줄 안다. 삶의 도처에서 만나는 애환을 시조라는 질그릇에 적절히 나누어 담기도 한다.
다정다한多情多恨인 듯, 때로는 신들린 듯, 즉물적卽物的 형상을 읽어 내는 예리한 시선이 시적詩的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뜻을 오롯이 고아 낼 원관념을 위하며 보조관념을 부릴 사유思惟의 여백이 있는가 하면, 관념을 탈피하기 위하여 생명 현상을 새롭게 이입할 줄 안다. 그러나 티가 있어야 옥玉이듯, 듬성듬성 불티가 날아든 그의 분청 같은 시조가 투박하여 매력적일 때가 있다.
- 『취원창 가는 길』 해설 중에서
권혁모(시조시인, 한국문협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