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꽃이 필 때
어머니는
빨강 조끼 파란 모자 눌러쓰고서
날 닳아진 호미 자루 움켜쥐고
풀 호미질
연거푸 연거푸 호미 날은 찔러도
맨땅 풀들은 꿈쩍도 안 허네
세월은 저만큼 달려가고
마음은 자꾸만 뒤로 뒤로 가려 하는데
굽은 허리 한 번 펴기도 힘든 세상
맨땅 풀들은 어마니 손길을 그리워하는가 보다
선한 연분홍 복사 꽃잎은
어마니 주름가 얼굴을 덮고
꿀 찾는 꿀벌들은
한시도 쉬지 않고
수선을 떤 채
이 꽃 저 꽃 건너 건너 날갯짓하고 있었다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래저래 이 시간들이 흐르고 나면,
또한,
훗날 훗날에 이 시간들은 그리움으로 찾아오겠지
마음은 청춘 그대로인데
시간은 이를 허락지 않는가 보다
오늘은 어제의 미래고,
오늘은 내일의 과거다
라일락꽃 향기가 젊은 날의 추억으로 되살아나
시간의 흐름을 되돌려 놓듯이
우리네 인생도 그랬으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