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심리학 실험으로 검증한 인간의 체제 정당화 욕구
억압적 체제를 수용하고 옹호하려는 인간의 강력한 경향성에 대한 25년 혁신적 연구의 결정판!
왜 가난한 노동자가 부유한 기업가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을 지지하는가
왜 여성은 남성보다 낮은 임금을 감내하는가? 왜 기후 위기 대응은 늦어지는가? 뉴욕 대학교 교수이자 사회심리학자 존 조스트에 따르면, 이는 놀랄 일이 아니라고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 대가가 개개인에게 너무 크기 때문이다.
우리는 되도록 사회에서 바람직하게 여기는 방식으로(관계적 욕구), 안정감을 느끼면서(실존적 욕구)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인식론적 욕구) 기존 사회 체제를 정당화·합리화하곤 한다. 조스트는 불의한 체제의 정당화가 사회적 약자들에게 단기적으로는 심리적 진통제 기능을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체제를 공고화하고 그들의 심리적 안녕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25년 전 “왜 가난한 사람이 부의 재분배에 반대하는가”에 의문을 품은 예일 대학교 대학원생이던 조스트는, 현재 하버드 대학교 심리학 교수인 마자린 바나지의 격려에 힘입어 연구실 세미나에서 기말 보고서를 발표했고, 이것이 체제 정당화 이론의 출발점이 되었다. 대학원생들이 세미나를 연 ‘나폴리 피자’가 ‘월스트리트 피자’로 간판을 바꿔 달고 2016년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백인 노동자 계층의 압도적 지지를 얻어 대통령에 당선되는 동안, 조스트는 동료들과 이론을 입증할 실험 연구를 이어갔고 이제 체제 정당화 이론은 조스트의 대표 이론이 되었다.
신 포도와 단 레몬의 심리학
“여우와 신 포도” 우화에서 여우는 닿을 수 없는 포도를 보며, ‘저 포도는 실 거야’라고 가치를 절하한다. 그러나 만약 먹을 것이 레몬밖에 없다면, 여우는 레몬이라도 있어 다행이라며 달게 받을 것이다. 가질 수 없는 것은 가치 없게, 피할 수 없는 것은 가치 있게 여기는 것이다. 끊임없이 가질 수 없는 것을 원하고, 자기에게 주어진 비참한 현실을 되새기는 괴로움을 계속 감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체제 정당화 이론의 핵심이다. 그래서 미국의 가난한 노동자들은 경제 체제의 모순을 지적하는 대신 기존 정부를 비난하며 트럼프를 지지하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여성 가사 노동자들은 인종 관계가 불평등하다고 생각하는 대신 부유한 백인 고용주와 상생할 수 있어 행운이라 여기며, 기후 위기 회의론자들은 기후 변화를 걱정하는 대신 그 증거를 부정하는 것이다.
인간의 체제 정당화 경향을 여러 심리학 실험과 통계 분석을 통해 과학적으로 검증한 이 책은 사람들이 자기와 자기 집단의 이익을 옹호하는 경향을 설명하던 사회심리학 이론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체제 보전을 옹호하는 경향도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심리학 이론의 지평을 한층 넓혔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