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는 글
저는 이중인격자입니다. 몸은 하나인데 인격이 둘입니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라는 소설을 보시면 이중인격자의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같은 역사적 사실을 놓고 저는 인격이 둘이기에 제가 저와 대화를 합니다. 하나의 나를 ‘갑’라고 칭하고 다른 하나의 나를 ‘을’라고 칭하겠습니다. 아니면 지킬 혹은 하이드라고 칭하고 싶지만 선입견을 가질 수 있기에 그냥 갑과 을로 정하겠습니다. 이중인격을 표현하는 말로 페르조나와 쉐도우라는 말도 있습니다. 페르조나는 가면을 뜻하고, 쉐도우는 가면 뒤의 얼굴을 뜻합니다. 페르조나와 쉐도우를 써서 각각의 인격을 지칭하려고도 했지만, 이도 선입견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 그냥 갑과 을로 정했습니다.
이 두 개의 인격이 같은 역사적 사실을 놓고 대화를 할 것입니다. 제 안에서 대화가 이루어지는 겁니다. 무엇이 진짜 저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무엇이 정답인지 저는 판단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저 보여만 드릴 것입니다. 무엇이 맞고 그른지에 대한 판단은 독자 여러분께 맡기고 싶습니다. 그럼 갑과 을의 머리말을 들어보도록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