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가 머물며 이 글을 쓰고 있는 대구 땅에는 지난해 겨울부터 오늘까지 62일째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았다. 115년 만에 무강수 기록을 갈아치웠다는 소리도 들려온다. 바싹 마른 땅에는 매캐한 흙먼지가 풀풀 일어난다. 인간이 무슨 짓을 하더라도 새는 울고 꽃은 핀다는 사실만큼은 변함이 없었는데, 과연 앞으로도 계속 새가 울고 꽃이 필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기후위기가 먼 훗날의 이야기가 아닌 것은 분명한 것 같다. 그래도 아파트 숲 사이로 호랑이해의 정월 보름달은 떴다. 저 환한 달빛이 그래도 희망이 아닐까. 그렇다. 희망은 나의 뇌 속에 입력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저 환한 달빛이 비추고 있는 거다.
임인년 정월대보름, 부럼을 깨물며
김진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