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서른둘이 되어, 처음으로 해외로 나가는 비행기를 탄 채, 설레는 마음에 과테말라에 처음 발을 디디었다. 아무 정보와 지식도 없이 마음만 앞선 채 과테말라행 비행기를 탔다. 과테말라가 어디 붙어 있는지도 몰랐고, 내가 탈 비행기가 어디를 거쳐, 몇 시간 동안 비행하는지도 모르고 덥석 티켓을 받고는, 사흘 뒤에 대한항공 비행기에 올랐다. 인천, 밴쿠버, 멕시코시티를 거쳐 과테말라로 향하는 3일간의 여정이었다.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 캐나다에는 무비자로 입국이 가능하다는 사실도 모른 채, 아침에 도착한 입국 심사대에서 출입국 직원에게 공항 밖으로 나갈 수 있냐고 물었고 직원은 당연하다는 듯 “Yes”라고 대답했다. 밴쿠버 공항을 나와 택시를 타고 시내로 가는 기분은 잠 한숨 못 잔 비행시간의 피로를 잠시나마 잊게 해 주었지만, 점심으로 햄버거를 먹고는 피로에 절어 시내 구경은 포기하고 공항으로 들어와서 오후내내 저녁까지 꾸벅 졸다가 밤 12시까지 17시간의 대기에 지친 채 멕시코시티행 비행기에 올랐다.
어떻게 가야 되는지 알려 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고, 내가 스스로 길을 만들어야 되었다. 과테말라 공장에서는 한국인이라고는 공장장과 말 없는 사장만이 있어, 일을 어떻게 하며, 어떤 진로로 살아가야 되는지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없었다.
공장에서 1년 반의 직장 생활을 끝내고6개월간 봉제 기계 장사를 위해 멕시코, 엘살바도르, 니카라과를 오가는 사이, 세상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한국인들의 끊임없는 호기심 어린 행동과 위험을 알면서도 맹목적일 정도로 앞으로만 가는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짜여진 틀 없이 하고 싶은 대로 결정하며 거침없이 나아가는 한국인들이 무모해 보이긴 했지만, 일견 훌륭해 보이기도 했다.
열아홉부터, 군 생활 10여 년 동안 군대만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알았다. 그러나 서른에 해외에 나가게 되자 한국인들의 해외 진출과 각종 사고뿐만 아니라 사업 실패와 성공, 사망, 사기꾼, 도박, 폭력적인 모습도 보게 되었고, 기업가 정신 없는 개인 회사 한인 오너의 직원을 함부로 대하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목격했다. 남녀 관계의 복잡함을 넘어 가족이 파탄 난 가족이나 과잉 학습으로 자녀를 일탈케 하거나, 정서적으로 자녀를 피폐케한 교민, 해외에서도 좌우로 나뉘어 말다툼하는 이들, 동남아에 온 후 자녀를 영미권 국가에 유학 보내어 4개 국가에 떨어져 사는 엄마, 아빠, 아들, 딸 가족 등 수많은 한인들의 대표적 이야기를 짧은 소설과 에세이의 형식을 빌려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합니다. 몇몇 이야기는 영화의 주인공이 되어 영광스러운 족적을 남기기도 했지만 최근 많은 한인이 실패 후 쓸쓸히 귀국하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프기도 합니다.
전 세계 국가 중 조국을 떠나 해외에 진출한 교민이 다섯 번째로 많은 국가가 한국이라 한다.
해외 동포 800만의 시대, 쉼 없이 바뀌는 주재원, 이민, 유학, 사업차 방문하는 한인들, 판매와 생산, 교역을 위해 쉬지 않는 기업 등 많은 이들이 해외로 떠나는 요즘, 정말로 해외 진출을 원하는 분이 있다면, 혹은 짧은 이야기로 소설적 재미를 원하시면, 이 책을 읽어 보시는 걸 권해 드립니다. 단편 소설로도 편하게 읽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술자리나 업무상 만나는 분들로부터 듣는 이야기, 지인과 가족으로부터 들은 이야기, 직접 본 현장의 이야기 등, 글로 옮기는 것이 가능한 소재를 20여 년간 기록하여 두었다가 페이스북에 2021년 4월 19일부터 연재를 시작하였지만 초기에 쓴 글의 30%는 미숙한 글솜씨로 폐기하고 책으로 출간이 가능한 부분만을 발췌하였습니다.
전자책의 특성에 맞도록, 읽기 편하게 문장을 짧게 배열하였습니다.
1인 글쓰기와 편집을 하게 되어 읽으실 때 다소 어색한 부분이 있으니,
너그러이 읽어 주시면 감사합니다.
용기 있게 해외에 같이 동행해 준 아내와 딸에게도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수많은 이야기의 주인공분들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