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Santiago는 다음 두 의미를 동시에 포함한다. 예수님의 열두 제자 중 야고보Jacobus 성인을 스페인어로 부르는 말(San Tiago에서 Santiago), 한 은수자가 별빛에 끌려 야고보 성인의 무덤을 발견하면서 별들의 들판이라 불리게 된 스페인 도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를 줄여서 부르는 말.
카미노 데 산티아고Camino de Santiago, 즉 산티아고 가는 길은 그의 유해가 모셔져있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까지 걸어가는 순례길을 뜻하며 줄여서 카미노라 부르기도 한다.
그 길은 여러 갈래가 있다. 그중 스페인과 피레네산맥을 사이에 두고 있는 프랑스 마을 생장피드포Saint-Jean-Pied-de-Port에서 출발하는 프랑스 길, Camino Frances가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유럽 순례자들은 파리의 뤼두박Rue du Bac 성당과 같은 다른 의미 있는 장소에서 시작하거나 심지어 본인의 집에서 순례의 첫 발걸음을 내디디며 몇 달이고 걷기도 한다.
2014년, 긴 직장 생활을 끝내고 여행을 떠났다. 60일간의 배낭여행. 그 감사한 여행의 매일을 기록하며 다녔고 돌아와 정리했다. 양이 엄청났다. 출판을 생각해 보았지만 용기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랐고 원고는 시간의 뒤편으로 밀려났다. 하지만 그 여행의 가장 큰 부분이었던 ‘카미노 데 산티아고’는 오히려 더 생생히 나를 지배했다. 그 후 인도, 멕시코, 남미 같은 쉽지 않은 곳을 다녀왔어도 카미노는 언제나 현재형, 아직도 그 길 위에 있는 것처럼 눈만 감아도 풍경들이 훤히 펼쳐졌다. 아, 카미노가 나를 놓아주지 않는구나.
카미노 부분만 출판해 보기로 했다. 야고보 성인의 유해가 발견된 9세기부터 시작되었다는 천년이 넘는 아주 오래된 그 길, 순례한지 여러 해 지났지만 괜찮다는 생각도 들었다. 더구나 POD 혹은 e-book 형식이면 내 책을 서점 한구석에 내놓는 쑥스러움을 면하고 출판 과정도 직접 할 수 있으니 그 자체만도 얼마나 멋진가.
글 솜씨가 있는 것도 아니고 드라마틱한 내용도 아니고 정보가 한눈에 보이도록 엮어진 책도 아니다. 약간의 소회는 무시하고 나 자신이 가톨릭이어서 어쩔 수 없이 흐르는 종교적 색채는 이해하면, 어떤 사람들이 그 길을 걷고 어떤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지 33일간 직접 걸어보는 느낌으로 읽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