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서 빌립보서는 에베소서 다음에 위치하지만 옥중서신 중에서 가장 나중에 기록된 것으로 본다. 불안과 불확실성이 널리 퍼진 우리 시대에 고민과 우울감은 일상을 깊이 파고들어 사람들의 마음에 심한 생채기를 내고 있다. 그렇지만 그 어느 시대보다도 불안과 두려움 속에 살았던 초대 교회의 그리스도인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바울은 자신이 갇힌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는 오히려 갇히지 않았지만 갇힌 것처럼 염려와 불안 가운데서 기쁨을 잃은 빌립보교회 성도들이었다. 그들을 향해 ‘나와 함께 기뻐하라, 나를 본받으라’는 말은 바울의 심리 상태가 얼마나 안정되어 있고, 영적으로도 하나님과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를 알려 주는 지표가 되었다.
나의 소명을 감당하는 것은 오로지 나의 몫이다. 이 시대에 우리는 어떤가? 하나님을 믿는 것이 아니라 교회를 믿고 있다가 실망하는 이들이 어디 한둘이던가? 수심이 가득한 창백한 얼굴로 예배의 기쁨조차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힘없이 타박타박 걷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바울의 말을 들려주고 싶다. “형제들아 나는…달려가노라.” 우리의 신앙과 삶은 아직 완성된 것이 아니다. 마치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낙심도 절망도 할 필요가 없다. 하나님은 인격체이시다. 그분은 우리의 슬픔에도 반응하시지만 우리가 기뻐하는 것을 더 좋아하신다. 빌립보서를 다시 펼쳐 빼앗기고 잃어버린 기쁨을 되찾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