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 보면, 스무 살에 설익은 모습으로 순천향에 입학해서 학창 시절을 보내고 입사와 함께 평생을 순천향에서 가르쳐 주는 대로 배워 온 것입니다. 졸업과 동시에 ?학과 조교로 근무할 즈음 모교의 행정 직원 모집 공고를 보고 교직원에 지원했습니다. 막연하게 공무원을 꿈꿔 오던 터라 꼭 맞는 직업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35년 동안 직장생활하면서 입사 전 약속과 다짐을 얼마나 실천했는지 정량적으로 가늠해 보지는 않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퇴직을 준비하는 오늘까지 기억하는 것으로 봐서 분명 잊지는 않고 살아온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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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순천향의 이름으로 그 보호막 안에서 살아온 날들을 접고 이제 인생 제2막에 나서자니 두려움도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지나온 세월 전체가 곧 감사의 시간이었듯이 하루하루를 신앙 안에서 은총의 시간으로 받아들이고, 이웃을 따뜻하게 배려하는 넉넉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작더라도 마음을 담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무런 대가 없는 봉사에도 나서보고 싶습니다. 가까이에 있는 가족뿐만 아니라 내 주변의 모든 이들에게 더 크게 너그러워진다면 참 좋겠습니다. 그러면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불행한 일이 아니라 축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