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의 얼굴은 달라졌어도, 질문은 같다
우리 사는 세상이 좋은 세상이라고들 말한다. 그래, 확실히 예전보다야 낫지. 강경애의 『인간문제』 속 세상과 비교하자면 우리 세상은 꽤나 살 만해졌다. 그렇지 않은가? 일제강점기 공장 여공들의 열두 시간 노동, 찬밥 한 덩이로 버티는 하루하루, 감독관의 성희롱을 견뎌야 했던 그 시절에 비하면.
허나 세상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이건 참 묘한 일이다. 나는 『인간문제』를 처음 읽었을 때, 먼 옛날 이야기를 읽는 것 같으면서도 왠지 익숙한 데자뷰 같은 감정을 느꼈다. 시대와 상황은 달라졌지만, 그 안에 깔린 본질적인 '인간문제'는 변하지 않았다는 느낌.
일단 표면적인 것들은 많이 달라졌다. 우리는 이제 일제의 식민지 지배를 받지 않는다. 여공들은 열두 시간 이상 노동하지 않는다. 최저임금제도 있고, 노동조합도 합법이다. 여성들은 투표권도 있고, 대학에도 가고, 직업 선택의 자유도 넓어졌다. 이런 것들은 강경애의 주인공 선비가 꿈꾸었을 변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