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고리오 영감 (Father Goriot)
파리의 어두운 하숙집에서 한 노인이 빈곤과 외로움 속에 죽어갑니다. 그의 이름은 고리오. 한때 번영하던 파스타 상인으로 부와 명예를 누렸지만, 지금은 자신이 모든 것을 바친 두 딸에게 철저히 외면당한 채 생을 마감하려 합니다. 그의 비극적 삶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보는 이는 오직 한 젊은 법학도뿐입니다.
19세기 프랑스 문학의 거장 오노레 드 발자크의 대표작 '고리오 영감'은 지난 190여 년간 세계 문학의 정수로 평가받아온 작품입니다. 무조건적 부성애의 비극과 파리 사회의 냉혹한 현실, 그리고 한 청년의 도덕적 성장기를 통해 인간과 사회의 본질적 모순을 날카롭게 포착합니다.
주인공 외젠 드 라스티냐크는 법학 공부를 위해 지방에서 파리로 올라온 청년입니다. 초라한 보케르 하숙집에 머물며 그는 두 가지 세계를 경험합니다. 하나는 가난하지만 따뜻한 인간미가 남아 있는 하숙집의 세계, 다른 하나는 화려하지만 냉혹한 파리 상류사회입니다. 그 두 세계를 오가며 라스티냐크는 성공을 위해 무엇을 희생해야 하는지, 도덕적 가치와 물질적 성공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고민합니다.
"파리에서 성공하려면 자신의 마음을 강철 갑옷으로 무장해야 한다"는 냉소적 조언을 받은 라스티냐크는 점차 순수한 이상주의를 버리고 현실적 타협의 길로 나아갑니다. 그 과정에서 그가 목격하는 것은 고리오라는 한 인간의 철저한 파멸입니다.
딸들을 위해 모든 재산을 포기하고 자신의 존재마저 지워진 고리오의 모습은 물질만능주의 사회에서 인간 가치의 상실을 상징합니다. "아버지는 신이다. 아버지는 전부다"라고 믿었던 고리오와 달리, 그의 딸들에게 아버지는 단지 자신들의 사회적 지위를 위협하는 '불편한 존재'일 뿐입니다.
발자크는 이처럼 인간 본성의 이기심과 사회의 냉혹함을 비판적으로 그리면서도, 동시에 등장인물 하나하나에 깊은 심리적 깊이와 복잡성을 부여합니다. 악인도 순수한 영웅도 없는, 오직 자신의 욕망과 환경 속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살아있는 인간들만이 존재합니다.
이 소설의 놀라운 점은 근 2세기 전에 쓰였음에도 현대 독자들의 삶에 직접적으로 말을 걸어온다는 것입니다.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 성공을 향한 야망과 양심 사이의 고민, 사회적 지위와 인간적 가치의 충돌?이 모든 주제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이번 번역본은 발자크 특유의 세밀한 묘사와 날카로운 사회 풍자를 현대 한국어로 생생하게 옮겨, 독자들이 19세기 파리의 거리를 직접 걷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또한 상세한 작품 해설과 옮긴이의 말을 통해 발자크의
세계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드립니다.
페르 라셰즈 묘지에서 파리를 내려다보며 "이제부터 우리 사이에 전쟁이다"라고 선언하는 라스티냐크의 유명한 마지막 장면에 이르기까지, '고리오 영감'은 단순한 고전이 아닌, 우리 모두의 삶과 선택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살아있는 작품입니다. 발자크가 그린 인간 군상과 함께하는 여정에 독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이 책은 수익금의 일부를 어린이재단에 기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