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림의 사유(思惟)가
존재의 울림으로 이끌고 있는 시편들
박 효 석 (시인, 월간 시사문단 회장)
첫 시집『그녀가 피아노를 치는 이유』를 상재한 후 쉬지 않고 시집을 출간하고 있는 것을 볼 때 끊임없이 생명체로서의 존재의 본질에 대해 사유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특히 내면에 아로새겨진 존재의 의미가 깊은 울림을 주고 있는 이번 시집의 시편들을 볼 때면 더욱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시인이 경험한 내적 갈등과 불확실성을 담아내고 있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삶 속에서 흔들리며 느끼는 불안과 그럼에도 삶을 견디며 살아가고 있는 인간의 모습 속에서 불완전을 수용하고자 하는 마음을 보여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프로이트가 “자아는 자기 집의 주인이 아니다”라고 한 것은 자아의 탈 중심성과 존재의 탈-존 (ex-sistence)을 말하고 있는 것일 것이다.
중략
21세기 한국 현대시의 현장에는 전통적 서정시, 주지시, 초현실주의시, 사물시, 사회적 이념의 시, 그리고 다양한 이미지의 집합적 결합을 방법론으로 삼고 있는 하이퍼 시 등의 여러 경향의 시가 공존하고 있는 시들 중에서 어떤 시가 좋은 시인지의 판별은 독자의 판별에 따라 다르겠지만 독자들의 시적인 미관과 상징의 비유를 향유할 수 있음과 동시에 소통할 수 있는 시가 좋은 시가 아닌가 하는 관점에서 본다면 안인숙 시인의 시야말로 이 조건에 부합하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흔들림에서 시작하여 자유로운 영혼이 되기까지의 여정을 함께 사유할 수 있다면 이번 시집「흔들리다 끝날까 봐 겁이 납니다」는 안인숙 시인의 개인 시집이 아니라 이 시집을 대하는 독자들의 시집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이 세상에 어디 있으랴는 시인 도종환의 시에서처럼 흔들려야 향기로운 꽃이 피어날 수 있고 또한 호수나 하늘도 흔들려야 흔들림이 멈췄을 때 거울처럼 맑은 호수가 되고 티 없이 맑은 하늘이 되는 것처럼 이번 시집 또한 흔들림으로부터 시작하여 생명체의 본질에 쉼 없이 섬세한 사유로 다가가고 있기때문에 이 시집을 마주하는 독자들의 마음에 잔잔한 감동으로 물결쳐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