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언제나 흐릿한 자리에 웅크리고 있다가, 아주 사소한 바람결에도 피어오릅니다.
그 이름 없는 조각들을 나는 오래도록 손바닥에 쥐고 있었습니다. 말이 되지 못한 감정들, 시간 속에서 모양을 잃은 얼굴들,
다시는 부르지 않을 줄 알았던 이름들. 그 모든 것이 잊힌 줄 알았지만, 기억은 잊지 않기로 마음먹은 듯 나를 다시 불렀습니다.
이 시집은 그러한 부름에 응답하는 작은 속삭임입니다.
붙잡히지 않기에 더 소중했던 감정들, 이름 붙이지 못해 더 깊이 남았던 마음들에 바치는 고요한 문장들.
당신의 마음 어딘가에도 그런 기억이 숨어 있다면,
이 책은 조용히 그 곁에 앉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기억은 지워지지 않기 위해, 시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