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한 감각(상)』
말하지 못했던 감각들을 위한 시
『긴급한 감각』은 전 세계가 멈춰선 시간 속에서,
그 멈춤을 안에서부터 겪어낸 사람이 쓴 시집이다.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바이러스가 아니다.
시인이 붙잡으려 한 것은 그 안에서 사라진 말들, 불리지 못한 이름들, 끝내 안기지 못한 손길이다.
이 시집은 병원과 격리시설, 유리창 너머의 면회,
발열과 의심, 통보 없이 다가온 이별 같은 장면들을 지나며 감정을 오히려 작고 조용한 사물들 속에 담아낸다.
반쯤 마른 물컵, 치워지지 않은 의자, 전화기 옆의 침묵이
슬픔의 가장 순한 얼굴이 되어 독자를 기다린다.
이 시집은 설명하거나 설득하지 않는다.
눈물은 말 대신 흘렀고, 안부는 기록되지 않았다.
시는 다만 그 빈자리를 감싸며 조용히 서 있는 말로 존재한다.
한 줄 한 줄, 문장과 문장 사이의 여백마다
독자의 숨결이 스며들게 한 이 구조는
시인이 오랜 시간 다듬어 온 문학의 태도이기도 하다.
『긴급한 감각』은 말할 수 없었던 사람들의 시이자,
기억 속에서도 놓쳐버린 존재들을 위한 작은 위로다.
지워지지 않도록, 사라지지 않도록,
우리는 이 시집을 펼친다.
만약 당신이 이 책을 읽는다면,
그 안의 말들이 누군가의 자리를 기억하는 데 쓰이길 바랍니다.
말하지 못한 이들을 대신해,
말을 꺼내는 마음으로,
이 시집을 내놓습니다.
이 시들을 읽는 당신도 아픔을 딛고 일어선 사람들이다.
고마운 누군가를, 잃어버린 사연을 다시 생각해 줬으면 한다.
그 이름 없는 사람의 숨결이 당신의 마음속에 잠시 머무를 수 있기를.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에서
한상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