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의 본능(하)』
감정이 지워진 시대, 그 아래 남겨진 마음을 위하여
『구조의 본능』은 감정이 배제된 구조 속에서
끝내 살아남은 단 한 줄의 진심을 붙잡으려는 시집이다.
격리 통보, 감염자 보고서, 화장 예약 번호,
그리고 비대면 장례라는 차가운 말들 사이에서
시인은 그 언어에 가려진 사람의 마음을 되살려낸다.
이 시집에 나오는 문장들은 처음엔 무표정해 보인다.
그러나 그 문장을 하나씩 읽다 보면,
말보다 먼저 흔들렸던 책임의 무게,
지워진 이름 너머의 슬픔,
기록에서 빠진 마지막 인사가 조용히 울린다.
시인은 행정의 언어를 빌려 쓰지만,
그 언어를 깨뜨리고 틈을 낸다.
그 틈에서 쏟아져 나오는 것은 보고가 아닌 체험이고,
무감각이 아닌 윤리의 떨림이다.
『구조의 본능』은 단지 통계를 반박하려는 시가 아니다.
그 시는 잊히지 않기 위해, 다시 불려지기 위해 쓰인 말들이다.
시 한 편 한 편이
하나의 무덤이며, 기념비이며, 애도의 문장이다.
이 시집은 우리에게 묻는다.
“감정이 삭제된 구조 안에서, 우리는 다시 말을 시작할 수 있을까?”
그 질문은 마지막 문장보다 먼저,
이미 모든 시 안에서 조용히 울리고 있다.
만약 당신이 이 책을 읽는다면,
그 안의 말들이 누군가의 자리를 기억하는 데 쓰이길 바랍니다.
말하지 못한 이들을 대신해,
말을 꺼내는 마음으로,
이 시집을 내어 놓습니다.
이 시들을 읽는 당신도 아픔을 딛고 일어선 사람들이다.
고마운 누군가를, 잃어버린 사연을 다시 생각해 줬으면 한다.
그 이름 없는 사람의 숨결이 당신의 마음속에 잠시 머무를 수 있기를.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에서
한상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