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못한 울음의 기록
누군가는 울음을 터뜨리며 감정을 말하고, 누군가는 아무 말 없이 등을 돌린다. 그리고 누군가는, 끝내 울지 않은 채 사랑을 전부 삼킨다. 이 시집은 그 마지막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그녀는 한 번도 울지 않았다』는 말보다 오래 남는 감정에 대한 기록이다. 울음이 없었기에 더 뚜렷했던 표정, 말이 없었기에 더 절박했던 눈빛, 그리고 사랑이라는 이름 대신 매일같이 접어낸 작은 손짓들. 이 모든 ‘말하지 않은 것들’은 결국 하나의 언어가 되어, 침묵의 방식으로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아이의 조용함을 마주한 아버지의 시선으로, 비언어적 사랑과 사라지는 감정의 존재 증명을 정면으로 바라본다. ‘말이 없다는 것’은 감정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감정이 가장 깊은 곳에서 천천히 형체를 만들고 있다는 증거임을 이 시집은 말하고 있다.
60편의 시는 하나하나가 울음을 대신해 기록된 부성의 일기이며, 동시에 우리 모두가 한 번쯤 겪었을 침묵 속의 사랑을 상기시키는 감정의 메모이다. 언어는 끝내 도달하지 못했지만, 사랑은 체온처럼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울지 않았다는 것은 참았다는 말이고, 참았다는 것은 여전히 사랑하고 있었다는 증거다. 말 없는 자리에서 시작된 이 시집이, 당신의 고요한 감정에 한 줄기 떨림으로 닿기를 바란다.
2025년 이천에서
한상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