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어떤 질문은 쉽게 지나치지 못한다. ‘나는 누구인가?’, ‘왜 고통은 끝나지 않는가?’,‘사랑이란 무엇인가?’,‘죽음 이후에도 나는 나일까?’- 이 질문들은 책 속에서 배운 것도,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니다. 그것은 어느 날 문득, 고요히 다가온다. 기쁨 뒤의 공허 속에서, 사랑과 상처가 겹쳐진 시간 속에서, 혹은 혼자 걸어가는 밤길의 적막 속에서 말이다.
그럴 때마다 내 마음속에서 누군가의 음성이 울린다. 조용하고 담담한, 그러나 깊고 강한 울림. 때론 붓다의 침묵이, 때론 예수의 눈물이 내 안에서 말을 건다. 그들은 시대를 초월해 내 삶에 찾아온 스승이자, 내 마음의 가장 깊은 곳을 어루만지는 친구들이다.
불교도 아니고 기독교도 아닌 삶을 살아온 나에게, 석가와 예수는 종교적 인물이기 전에 인간의 본질을 이해하려 했던 구도자였다. 그들은 신이거나 신의 아들이기 전에, 우리처럼 슬퍼하고, 고민하며, 길을 찾아 헤맸던 존재였다. 어쩌면 그래서일까? 이 둘이 내 마음속에서 마주할 때, 그것은 두 교리의 충돌이 아니라 두‘깨어 있는 존재’의 대화처럼 느껴진다.
석가는 나에게 말한다. "모든 것은 인연으로 이루어졌다. 네가 붙잡는 것은 결국 사라질 것이다. 고통은 집착에서 비롯되니, 내려놓아라.”예수는 말한다. "두려워하지 말아라. 나는 너와 함께 있다. 너의 연약함과 죄마저도 품을 사랑이 여기에 있다.”
그 말들은 방향이 다르면서도, 어떤 지점에서는 겹친다. 한 사람은 침묵 속으로 들어가고, 다른 한 사람은 십자가 위에서 외친다. 그러나 결국 그들이 가리키는 것은‘내면의 길’이며, ‘타자를 위한 삶’이다.
나는 자주 상상해 본다. 만일 이 두 사람이 함께 앉아 차를 마신다면, 무엇을 이야기할까? 붓다는 예수의 희생을 어떻게 볼까? 예수는 붓다의 무욕과 명상을 어떻게 이해할까? 그들은 서로를 경계하기보다는, 아마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을 것이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그러나 같은 목적으로 인간을 깨우려 한 이들이기에.
이 책은 그러한 상상에서 비롯되었다. 나는 석가와 예수가 내 안에서 나누는 대화를 글로 옮기려 한다. 그것은 어느 종교에 대한 찬양도 아니고, 어느 쪽이 옳다는 논증도 아니다. 다만 인간의 근원적 물음 앞에서 두 성인이 남긴 길을 따라가며, 독자 여러분과 함께‘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되짚어 보고자 한다.
이제 두 성인이 조용히 입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 붓다는 연꽃을 들고 있고, 예수는 물 위를 걷는다. 그들의 그림자가 내 마음속에서 나란히 드리운다. 그리고 나는 묻는다."오늘, 그대들이 여기에 있다면 내게 어떤 말을 건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