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처음 니스의 그 집에서 잠시 살게 되었을 때, 누군가가 여생을 마친 집이란 사실이 그다지 내키는 것은 아니었다. 나이는 많아도 여전히 유령이 무섭고, 모던하고 새 것에만 익숙한 내 정서에 하나 같이 중세시대에서 방금 튀어나온 것 같은 그림이나 가구들도 괜히 으스스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떠올리려 하지 않았던 슬픈 기억들이 새록새록 살아나는 듯 수시로 우울해지는 남편도 불편했던 것이 사실이다. 솔직히 말해 나야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시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정이 있을리도 만무했고, 특별히 아껴 돌아가실 때까지 늘 앉아 뜨게질을 하거나 글을 쓰셨다는 오래된 빌로도 흔들의자도 달갑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내가 그녀의 다이어리를 발굴했던 그날...
그날 이후 나는 어느새 그 의자에 그녀처럼 앉아 그녀의 다이어리를 훔쳐보았다. 마침내 그녀의 이야기를 다 읽었던 날 마지막 장을 덮고 여전히 흔들의자에 몸을 맡긴 채 창 밖을 그렇게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다.
단 한 번 만난적도 없는 사람이 그리울 수도 있구나. 같이 말 한 번 섞은 적 없는 사람을 사랑할 수도 있구나. 이미 오래된 누군가의 죽음이 이토록 슬플수도 있구나. 어떤 이유에서건 나는 어느새 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