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은 홀씨로 떠다닌다. 어깨 위에, 가슴속에, 발자국 위에 소복소복 쌓인다. 소실점vanishing point은 그림 그릴 때 어떤 평행선이 점으로 사라지는 지점이다. 그리움의 과녁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이며 사랑의 의미도 시간과 함께 식어 소실점으로 멀어지는 것. “나뭇잎 바람 소리”며 “실끈 푼 벌레 울음도” 우리들 삶의 의미를 더욱 뜨겁게 하려 이 땅에 내리는 것이리. 결국 “흩어진/ 파란 낙엽의/ 뜨거웠던 첫눈”이고 말았다.
그리하여 “가까이 아주 가까이/ 아니면 멀고 먼 곳”에서 “별들의 선무공작으로/ 너를 찾아가는 길”이지 않으랴. 첫눈은 하늘에서 땅으로 내리는 것이 아니라, 땅에서 하늘로 밤에만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