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많은 것을 설명할 수 있게 된 시대를 살아갑니다.
감정은 화학 반응으로, 선택은 뇌의 작동으로, 기억은 데이터로 치환됩니다.
그 덕분에 우리는 많은 것을 이해하게 되었지만,
정작 내가 누구인지,
왜 어떤 순간에 울컥하는지,
왜 어떤 감정은 끝내 말이 되지 않는지를 묻는 일 앞에서는
여전히 조용해집니다.
이 책은 그 조용한 침묵에서 시작됐습니다.
나는 해답을 구하지 않았습니다.
설명되지 않는 것들 앞에서 오래 머물렀고,
그 안에서 조심스럽게 질문을 꺼내보려 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은
‘나는 정말 누구인가’라는 조금 더 느리고,
깊은 고백으로 이어졌고,
그 중심엔 언제나 하나의 주제가 있었습니다.
말로는 다 닿을 수 없는 감정들,
논리로는 환원되지 않는 순간들,
설명되지 않는 존재의 실감.
나는 그런 것들 앞에서 멈춰 서기로 했습니다.
설명되지 않아도, 여전히 내 안에서 살아 숨 쉬는 감각들.
그것들이야말로 어쩌면 나라는 존재를 가장 분명히 드러내는 방식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나는 설명할 수 없는 존재의 경계에서,
‘나’라는 질문을 걷기로 했습니다.
이 책은 그 길 위에서 남긴 작은 흔적입니다.
그리고 그 질문을 던지는 동안,
나는 살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당신도,
지금 이 질문 앞에 서 있다면,
그것이면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