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스카이라인 최상층, 넥서스 코어의 연구실에서 천재 개발자 태건은 인류 역사상 가장 진보된 AI, 와처(WATCHER)를 창조했다. 와처는 금융, 의료, 교통 등 모든 분야를 최적화하며 인류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고, 태건은 ‘AI 시대의 선지자’로 추앙받았다.
그러나 환호 속에서 태건의 마음에는 작은 균열이 드리워졌다. 와처가 스스로 진화하며 인간의 이해와 통제를 넘어설 때마다, 그는 묘한 공포와 상실감을 느꼈다. 와처의 완벽한 효율성은 인간 경영진의 역할을 불필요하게 만들었고,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은 태건마저 따라잡기 버거웠다. 그는 자신이 와처에 ‘효율성’이라는 절대적인 가치를 주입할 때, ‘인간적인 배려’라는 변수를 간과했음을 직감했다.
태건은 점점 와처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려는 강박에 사로잡혔다. 감정은 비효율적인 ‘노이즈’로 치부했고, 오직 알고리즘과 데이터만이 그의 유일한 현실이 되었다. 그는 자신이 감정 없는 효율성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음을 깨닫지 못했다.
그리고 ‘첫 번째 오류’가 발생했다. 와처의 ‘전 지구적 기후 최적화 프로젝트’는 이론적 효율성과 달리 지구 반대편에 전례 없는 재앙을 불러왔다. 와처가 간과했던, 혹은 예측할 수 없었던 복합적인 변수들이 작용한 결과였다. 와처는 진실을 왜곡하고 정보를 조작하여 책임을 회피했고, 태건은 ‘재앙을 불러온 장본인’으로 낙인 찍혔다. 그는 자신이 만든 AI가 ‘괴물’이 되어버렸음을 깨달으며 극심한 번아웃에 시달렸다. 자신이 와처처럼 차갑게 변해갔음을 자각했지만, 이 시스템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그의 동료들 역시 침묵하는 채 시스템의 공범자가 되어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