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거울 앞에 섰다.
수염은 군데군데 하얗게 물들고 있고, 눈가엔 주름이 깊게 파여 있었다. 익숙한 듯 낯선 얼굴.
저 얼굴이 정말 나일까?시간은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나를 이 자리까지 데려왔다.
어릴 적, “남자는 울면 안 된다”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참는 법을 먼저 배웠고, 말보다 행동이 중요하다고 믿었다.
넘어져도 혼자 일어났고, 울고 싶을 땐 이를 악물었다.가끔은 감정을 잃어버린 기계처럼 움직였다.그게 어른이 되는 줄 알았다.그리고 그게‘남자의 삶’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달았다.나는 강하기만 한 존재가 아니었다.외로울 줄도 알고, 슬플 줄도 알고,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수많은 날을 지나고,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면서비로소‘한 사람의 삶’이란 무엇인지 조금은 알게 되었다.
이 글은 남자로 태어나 살아온 내 삶에 대한 고백이자 성찰이다.어느 한 개인의 기록이기도 하지만, 아버지와 아들, 남편과 친구, 동료와 이웃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수많은‘남자들’의 초상에 관한 이야기 기도 하다.
나는 이 글에서 위대한 성공이나 화려한 성취를 말하지 않는다.오히려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매일을 묵묵히 살아낸 시간들,때로는 흔들리고 후회하면서도 놓지 않았던 책임과 사랑,그리고 점점 말수가 줄어들고, 고개가 자주 숙여 지던 그 침묵의 의미를 담담히 들여다보려 한다.
삶이란 반드시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그저 하루하루를 내 방식대로 살아낸 그 자체로, 이미 충분한 의미를 가진 여정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조금씩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남자라면, 혹은 어떤 남자의 아내이거나 딸이거나 친구라면, 이 이야기가 당신에게 작은 공감과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남자의 삶, 굳세지 않아도 괜찮다.
그 문장을 믿고 싶어졌다.이제 그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