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단편집 한 권을 위해
삶의 가장 어두운 밑바닥까지 내려갔다.
희망이 없는 곳에서, 희망을 쓰고자 했다.
버려진 것들, 실패한 관계,
고통으로만 채워진 하루하루 속에서
무언가를 건져 올릴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작은 기대 하나로.
『우물안에서』에 담긴 이야기들은
모두 내가 직접 살아낸,
절망의 변두리에서 주운 조각들이다.
이 글들을 쓰는 동안,
나는 마음 깊은 곳이 타들어가는 아픔을 견디며
겨우 문장 하나에 몸을 기대고
쓰러지지 않으려 애썼다.
이 책이 당신의 두 손 위에 닿는다면,
그건 내가 어딘가에 남겨둔 나 자신이
당신에게 발견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나는 묻고 싶었다.
우리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동기가 점점 힘을 잃고,
외부의 조건과 압박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이 세상에서,
그래도 여전히 인간에게 남은 가능성이란
무엇일까.
어쩌면 나는 그 질문을
단 한 컵의 물로 떠올리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이 글들이 당신에게
조금의 위로, 혹은 잊히지 않는 미세한 떨림으로 남는다면
소설가로서
나는, 충분히 행복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
우물 안에서 겨우 퍼올린
한 컵의 물을 조심스럽게 내민다.
부디, 당신에게 닿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