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식 시인의 시집 『먼 산』의 시들을 읽으면 읽을수록 내면의 깊이가 있고 인생의 화두 하나를 얻어 가는 느낌이어서 다른 시집은 한 번 읽고 마는데 김 시인의 시집은 자꾸 읽게 되는 매력이 있다. 서예의 운필법의 하나인 「역입」에서 인생길을 가듯 장엄하게 흘러가는 붓길을 따라 생생한 이미지, 섬세한 비유를 통해 동양적 사유와 삶의 자세를 엿볼 수 있다. 사물을 보고 순간적으로 삶의 진리를 캐는 그의 능력은 대단하다.
-남상구 (생태 연구가, 초등학교 은사님)
「무명」은 고향과 부모님을 그립게 하고, 「길상사」는 마음의 잃어버린 자리를 생각나게 한다. 김정식 시인의 시는 삶을 반추하게 하고, 깊은 진실을 담고 있다. 깊은 우물에서 물을 길어 맛을 보면 그 맛이 수돗물과 다르듯이, 암반수의 향이 난다. 김정식 시인이 숨겨 놓은 시의 샘물은 지겹지 않고, 매번 또 다른 맛이 난다. 어쩌면 시를 위해 흘린 땀이 땅속으로 스며들어 냇가로 흐른 후 지하수가 되어 흘러가다가 깊은 샘으로 들어가 다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신승렬 (애리조나대 미술교육 교수)
「외양간 옆 옛이야기」에서 외할아버지와 나란히 앉아 옛이야기를 들으며 파란 불꽃을 바라보는 장면이 정답기 그지없다. 기억의 소중한 대목을 따뜻하게 불러내는 시심이 참으로 아름답다. 할아버지와 손자 세대 간의 든든한 유대가 쇠죽간 아궁이에서 옛이야기와 파란 불꽃으로 피어난다. 이 시에서 우리는 정서적 안정감 속에서 아름다운 삶의 뿌리를 발견한다. 우리가 아무리 매몰찬 도시에 내동댕이 쳐졌더라도 마음속에 따뜻한 이야기와 영혼의 샘이 마르지 않은 한 결코 외롭거나 두렵지 않으리라.
-임채우 (시인,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