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서면 누구나 나그네가 됩니다. 멀리 보이는 지평선도, 발끝에 밟히는 돌멩이도 모두 ‘잠시’라는 이름을 달고 있습니다. 길은 늘 어디론가 흐르지만, 그 끝이 어디인지 확신하는 이는 드뭅니다. 사람들은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 묻지만, 어쩌면 중요한 것은 ‘끝’이 아니라 ‘걷고 있음’일지도 모릅니다.
이 시집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의 그림자, 나를 스쳐 간 바람, 한 줌의 빛과 같은 순간들을 붙잡아 놓은 기록입니다. 길은 외롭고, 때로는 매섭지만, 그 위에서 피어나는 작은 소망이야말로 삶을 견디게 하는 불씨였습니다. 발자국마다 묻어 있는 그 소망의 조각들을 주워 모아 시로 엮었습니다.
인생의 길 위에서 우리는 누구나 나그네입니다. 가진 것을 모두 지고 가도 길은 여전히 낯설고, 텅 빈 손으로 걸어도 길은 여전히 우리를 부릅니다. 길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묵묵히 배우는 시간이고, 잊고 있던 자신을 다시 발견하는 자리입니다. 그 여정 속에서, 소망은 늘 길 위의 한켠에 꽃처럼 피어 있었습니다.
이 책의 시들은 그 꽃잎을 조용히 어루만지는 마음으로 쓰였습니다. 화려한 언어를 피하고, 억지로 꾸미지 않았습니다. 길 위에 떨어진 빗방울처럼, 잠시 반짝이다 사라지는 삶의 풍경들을 있는 그대로 담았습니다.
이 시집이 우리 인생 여정, 나그네 길에도 한 줌의 위로와 빛을 건넬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길을 걷는 시인으로서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입니다. 인생의 길 위에서 길을 잃었다고 느낄 때, 이 작은 시집이 ‘소망’이라는 이정표 하나를 세워주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