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공장에서 태어나 오락실의 인형 뽑기 기계 속에 들어갔다.
수많은 형제들 사이에서 기다리던 나를, 한 소년이 집게발로 세상 밖으로 꺼내 주었다.
그날부터 나는 그의 가방 끝에 매달려, 하루하루를 함께 흔들리며 살아갔다.
가방 인형의 하루는 작지만 결코 단조롭지 않다.
소년이 달리면 나는 바람을 맞고, 비가 오면 물방울을 견디며, 때로는 다른 키링과 부딪히고, 어느 날은 고리가 약해져 홀로 길 위에 떨어지기도 한다.
그 속에서 나는 웃음과 설렘, 그리고 이별과 기다림을 배웠다.
《가방 인형의 조용한 여행》은 주인의 곁에서 세상을 바라본 작은 인형의 시선으로,
소중한 순간과 잃어버린 시간, 그리고 다시 만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이야기다.
바람, 계절, 사람, 그리고 마음이 인형의 눈에 어떻게 비쳤는지를 섬세하고 따뜻하게 그려냈다.
이 책을 덮고 나면, 당신 곁을 지켜온 작은 친구의 숨결이 들릴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