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한가운데, 섬 하나가 말을 걸었다.
몇 해 전, 나는 서울 용산구 동부 이촌동으로 이사했다. 한강 둔치에 조성된 산책 길과 한강 대교를 걷다 보면 어느새 발길은 노들섬에 닿는다. 처음엔 그저 동네 마실 삼아 가볍게 산책과 조깅하는 곳이었다. 그러다 보니 특별한 일이 없으면 거의 매일 그 섬을 몇 바퀴 돌게 된다. 걷고, 뛰고, 앉고, 다시 걷는 반복 속에서 어느새 노들섬은 내 삶의 한 장면이 되어 있다.
도시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지만, 노들섬은 도시와 다른 시간에 머무는 곳이다. 다리로는 연결되어 있지만, 마음만은 잠시 고립될 수 있는 장소. 빠르게 흘러가는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그 섬만큼은 시간을 붙잡아두고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한다.
한강 철교 위로 기차가 달리고, 63빌딩과 여의도의 빌딩들이 조명을 반짝이며 밤을 밝히면, 섬 안은 활기가 넘친다. 젊은이들은 서 섬의 잔디광장에 앉아 음악을 듣거나, 사진을 찍고, 어떤 이는 한없이 멍하니 한강을 바라본다. 누구에게는 데이트 장소일 것이고, 또 누구에게는 혼자만의 위로를 찾는 피난처일 것이다.
나에게 노들섬은 질문을 던지는 공간이다.
“왜 자꾸 이곳에 오고 싶을까?”,“나는 이 섬에서 무엇을 보고 있는 걸까?”,“도시 안에서 섬이 품은 이 고요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이 조용한 궁금증들이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여 어느 날, 나는 펜을 들었다. “노들섬에 대해 써 보자”라는 생각은 그렇게 문득 다가왔다.
이 글은 단순한 여행기나 공간 소개가 아니다. 그리고 노들섬의 미래를 논하는 것도 아니다. 이 글은 단지 내가 노들섬을 만나며 나눈 짧은 대화이고, 걸으면서 떠올린 사색의 조각들이며, 도시에 지친 한 사람이 일상에서 발견한 쉼의 기록이다.
당신도 언젠가 노들섬을 걷거나 뛰게 된다면, 이 글의 어느 장면과 겹쳐 지는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때 당신만의 노들섬 이야기를 써내려 가길, 나는 조용히 응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