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엮은 ‘그리스트’는 기후 솔루션을 강조하고 환경 부조리를 폭로하는 데 전념하는 비영리 독립 미디어 조직이다. 이들은 ‘기후’, ‘정의’, ‘대안’을 모토로 기존 언론 매체의 전통적인 ‘보도’가 아닌 다른 전달 방식을 고민하면서 여러 가지 실험을 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스토리텔링의 힘을 사용하여 더 나은 세상을 향한 길을 비추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며, 기후 변화에 대해 행동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임을 보여준다. 2021년에 시작된 ‘기후소설 세계 공모전’ 〈2200년을 상상하라: 미래의 조상을 위한 기후 소설〉도 그런 실험 중 하나였다.
《우리에게 남은 빛》은 공모전 1회 수상작들을 엮은 책으로, 공모전 제목대로 멀다면 멀고 가깝다면 가까운 미래를 상상하는 열두 편의 소설로 이루어져 있다. 소설들의 면면은 굉장히 다양하다. 온갖 장르와 국가, 인종의 작가들은 그들 자신이 그러하듯이 여러 궤도로 교차하는 정체성(흑인, 선주민, 라틴계, 아시아계, 장애인, 난민, 페미니스트, 퀴어 등)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이를테면 〈캔버스, 밀랍, 달〉은 임신 중단을 하는 마녀들의 이야기이고, 〈군락에서 떨어져〉는 카리브해 섬을 덮친 폭풍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트랜스 소녀들이 산호 사이에서 수용과 안전을 찾는 근사한 이야기다. 한편 첫 번째 작품으로 실린 〈마지막 그린란드 상어의 비밀〉은 지구에 마지막으로 남은 네 생물―상어, 바라싱가, 독수리, 인간의 시점이 번갈아 등장하는 아름답고도 쓸쓸한(최후의 존재는 고독할 수밖에 없으므로) 이야기다. 〈구름 직공의 노래〉는 가문 곳에서 물을 구하기 위해 거미줄을 짜 이슬을 모으는 이들의 이야기로, 마치 오랜 신화처럼 환상적인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