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태어나던 날, 햇살과 함께 또 하나의 존재가 나타났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내가 손을 움직이면 따라오고, 내가 고개를 돌리면 함께 고개를 돌았다. 나는 금세 알았다.
아, 이건 나랑 붙어 다니는 또 다른 나구나.
그 존재는 그림자였다.
처음엔 조금 무서웠다. 햇살이 길게 늘어날 때면 그림자가 괴물처럼 커졌기 때문이다.
“엄마! 저기 큰 괴물이 있어!”
겁에 질린 나를 안아주며 엄마는 웃었다.
“그건 괴물이 아니라 네 그림자야. 늘 네 곁에 있는 친구란다.”
그날 이후, 나는 그림자를 친구라 부르기 시작했다.
내가 달리면 함께 달리고, 내가 넘어지면 함께 땅에 누워 있었다. 아무 말도 없었지만, 그림자는 언제나 내 곁에 있었다. 그 침묵이 오히려 내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그래서 어느 날 그림자에게 속삭였다.
“너는 내 가장 친한 친구야. 나 혼자여도 혼자가 아니야.”
그림자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빛이 있는 한 그림자는 사라지지 않고, 그림자가 있는 한 나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그렇게 우리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계절이 바뀌어도 우리는 늘 함께 걸어갈 것이다.
나는 그림자에게 다시 속삭였다.
“우리, 끝까지 같이 가자.”
그림자는 말없이 내 발밑에 드리워졌다. 그 모습은 조용한 약속 같았다. 나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무언가가 내 곁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