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은 세상의 시작과 끝을 잇는 숨결처럼 존재합니다. 눈부신 한낮의 중심에 서 있는 빛도 있지만, 저는 언제나 그 가장자리에서 오래 머물고 싶었습니다. 눈길이 잘 닿지 않는 구석에서 반짝이는 작은 빛, 바람에 흔들리며 스스로의 자리를 지켜내는 빛을 바라보며 노래하고 싶었습니다. 그곳에서 비로소 삶의 여린 결이 드러나고, 잊힌 존재들의 고요한 떨림이 들려오기 때문입니다.
이 시집은 자연과 우주 만물 속에서 발견한 목소리를 담습니다. 풀잎 하나, 별빛 한 조각, 물결의 파동 속에도 노래가 숨어 있습니다. 저는 그것들을 오래 응시하며 언어로 옮기려 했습니다. 노래란 거창한 외침이 아니라, 아주 작은 숨결 같은 것입니다. 중심이 아닌 가장자리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 기울일 때, 우리는 오히려 더 깊은 생명의 울림을 만나게 됩니다.
저에게 빛은 단순히 눈을 밝혀주는 현상이 아니라, 존재를 붙드는 힘이며 희망을 잇는 근원입니다. 그 가장자리는 언제나 겸손을 가르쳐 주는 자리입니다. 거기에서 피어난 노래는 인간의 교만을 벗기고, 본래의 순수함으로 돌아가게 합니다. 이 시집의 모든 시편은 그 여정에서 건져 올린 조각들입니다. 독자 여러분께서도 이 노래 속에서 삶의 가장자리에서 피어나는 빛을 발견하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화려한 중심이 아닌, 보잘것없는 자리에서도 생명과 찬란한 빛이 흐르고 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곳은 곧 우리 모두의 자리이기도 합니다. 소박한 풀꽃 같은 노래들이 독자의 마음에 다가가 작은 울림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 울림이 다시 또 다른 노래가 되어, 서로의 가장자리에서 생명과 빛을 나누는 길이 열리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