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이라는 말은 이상하다.
입에 담는 순간부터 그 말에는 묘한 떨림이 있다. 우연과 필연 사이를 오가는 말. 시작과 끝, 환희와 이별, 따스함과 아픔이 뒤섞인 말. 우리는 이 말을 다 설명할 수 없으면서도 자주 쓰고, 한참을 곱씹는다.
살면서 문득 돌아보면, 내 삶은 전부‘누구를 만났는가?’의 이야기였다. 어떤 사람은 오래도록 곁에 머물며 내 인생을 지탱했고, 또 어떤 사람은 아주 짧은 시간 머물렀다가 지나갔지만 내게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다. 나 또한 누군가의 인생 속에서 그런 존재였을 것이다.
인연은 종종 그 당시에야 알 수 없는 모양으로 다가온다. 그 사람과의 만남이 왜 지금이었는지, 왜 그런 대화가 오갔는지, 왜 그렇게 헤어졌는지는 시간이 흘러서야 비로소 선명해진다. 그때는 몰랐지만, 그 사람은 내게 꼭 필요한 시기에 찾아왔던 존재였구나 하고.
돌이켜 보면, 내게는 수많은 인연이 있었다. 기쁨이 된 인연,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 인연, 또 스스로 놓아야 했던 인연. 모든 인연이 다 소중하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그 모든 인연을 통해 나는 지금의 내가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안다. 스쳐 간 모든 이름에게도, 내가 배운 것이 있었다는 것을.
이 책은 그 인연들에 대한 기록이다. 이름을 붙일 수 없는 감정들, 설명할 수 없는 울림들, 말보다 더 진한 침묵 속에서 나를 변화시킨 사람들의 이야기. 그것은 누군가에게는 낯선 이야기일 수 있지만, 읽는 당신의 마음 한편에도 닿을 수 있기를 바란다.
어쩌면,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과 나도 지금 이 순간, 인연인지도 모르겠다. 짧은 머뭇거림일지라도, 이 만남이 당신의 기억 속에 따스한 온기로 남기를 바라며
- 나는 오늘, 인연이라는 이름의 물결 위에 다시 펜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