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릴 때 세상은 같은 속도로 젖지만, 사람들은 각자의 속도로 젖습니다.
누군가는 우산을 펴고 뛰어가고, 누군가는 처마 밑에 숨고, 누군가는 그냥 그 자리에 서서 비를 맞습니다.
나는 오랫동안 비를 피하던 사람이었습니다. 다치지 않기 위해, 흐트러지지 않기 위해, 늘 대비하고 살아왔습니다.
그 덕분에 하루는 깔끔했지만, 마음은 점점 메말라 갔습니다.
이 책은 비를 피하지 않고 걸어보기로 한 사람의 기록입니다.
흠뻑 젖어 울던 날, 실패를 숨기려다 더 크게 넘어졌던 날,
누군가에게 솔직히 서운하다고 말하고 나서 한참을 울던 날.
그날들의 젖음이 나를 조금씩 바꿔 놓았습니다.
방어막을 내려놓자 비로소 나 자신이 보였고, 관계가 살아났고,
삶은 조금 더 단단하고 조금 더 부드러운 색을 띠게 되었습니다.
비는 불편합니다. 젖은 신발, 무거워진 어깨, 차가운 바람은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불편함이 나를 맑게 합니다.
비 끝에서 만나는 무지개는 버틴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선물이고,
흠뻑 젖은 뒤에야 깨닫게 되는 마음은 나를 다시 시작하게 만듭니다.
오늘도 하늘은 흐립니다.
이 책은 당신이 잠시 우산을 접고, 천천히 걸으며,
그동안 놓치고 지나간 감정들을 마주하도록 초대합니다.
젖어도 괜찮고, 무너져도 괜찮습니다.
그 젖음이 당신을 조금 더 살아 있는 사람으로 만들 테니까요.